
문신 시술의 법적 지형이 30년 만에 요동치고 있다. 더 이상 문신은 ‘혐오’의 표식이 아니다. 개성과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고, 반영구화장을 포함해 국민 10명 중 4명은 이미 경험했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비의료인의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인식은 변했지만 제도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 이런 괴리 속에서 문신 관련 형사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며, 사법부가 새로운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문신 관련 의료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단순한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통상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 해석이 필요할 때, 혹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이 제기될 때 회부된다. 이는 곧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본 판례가 바뀔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1992년 대법원(91도3219 판결)판결 이후 문신을 의료행위로 봐온 사법부의 해석이 수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과거 대법원은 1972년 곰보수술과 쌍꺼풀 수술 등을 의료행위에서 제외했으나(72도342 판결), 1974년 전원합의체 판결(74도1114 판결)에서는 침습성과 감염 위험 등을 근거로 이를 의료행위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했다. 이러한 변화처럼, ‘의료행위’의 개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조정될 수 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단은 법리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입법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발 늦다. 문신사법이 이미 제정돼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는 순간 현장의 법적 지형은 곧바로 달라질 수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판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 검토와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아직 미흡하다. 법 시행 전까지는 비의료인 시술이 여전히 불법인 만큼, 정부가 종사자 혼란을 줄일 명확한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번 전원합의체의 쟁점은 단순하다.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인가, 아닌가.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0년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지 않았다(2020. 9. 16. 최고재판소 제2소법정 결정 헤이세이 30년 (あ) 제1790호 의사법 위반 사건). 문신이 장식적·예술적 성격을 지니며, 의사의 고유한 ‘의료 및 보건지도’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즉, 사회통념상 ‘의료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료인이 미용문신을 직접 시술하는 경우는 드물고, 문신의 본질은 치료가 아니라 미적 표현이다. 침습성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의사만이 독점해야 할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는다.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의료의 경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문신사법은 문신을 의료행위에서 분리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한 ‘면허 문신사’에게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생·안전관리 교육, 시술 기록 보관, 부작용 신고, 책임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강하게 반대한다. 문신이 침습적 행위로 감염·염증·중금속 노출 등 보건 위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비의료인 시술 허용이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은 자유는 의미를 잃는다.
일본의 사례에서도 문신 시술 자체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봤지만, 시술 후 감염과 부작용은 의료인의 관리 범주로 남겨뒀다. 우리도 멸균·소독 강화, 부작용 대응 매뉴얼, 의료인 연계 시스템 등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문신 시술의 합법화는 시대의 요청이자 문화의 흐름이다.
문신사법이 보장하려는 것은 직업의 자유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합리적 제도이지만, 그 자유는 안전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과 보건복지부의 대응이 맞물릴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과 자유가 균형을 이루며 지켜질 것이다.



